햇볕을 쬘 권리
예전 집 앞 마당에서 나른한 오후의 볕을 쬐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햇살이 주는 노곤함과 평화로움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동네 작은 공터나 골목의 한 귀퉁에서 싸구려 돋보기를 가지고 놀던 시절에 대한 회상은 눈 한가득 밀려들던 빛의 따스함으로 시작된다.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일조에 대한 소송들은 보통 집값을 떨어뜨리는 이웃의 건축행위를 저지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제기된다. 이들은 보통 민사소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돈문제를 부각시켜, 일조권이 집의 소유권에 포함되는 민사적 권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햇볕을 받는 문제가 집값과 연동된다고 해도 그것만이 전부일리는 없다.
일조권판례가 사회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 10년 남짓이라면, 일조라는 단어가 법률에서 등장하는 시기는 1980년대 건축법령부터이다. 건축법은 건축주에게 건축물이 갖추어야 할 다양한 요건을 강요하는데, 그 중 하나로 이웃의 일조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건축물이 지켜야 할 요건도 포함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법이 처음으로 설계한 일조요건은 이웃의 일조권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건축주의 의무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이 의무는 일차적으로 건축허가를 심사하는 구청에 의해 통제되고, 만약 구청이 그 의무를 소홀히 하면 구청을 피고로 하는 건축허가 취소소송이 제기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건축법이 예상하고 있던 일조요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단독주택용 대지들이 서로 떼어야 할 거리를 정하는 것이고(단독주택요건), 다른 하나는 공동주택을 건설할 때 그 주택단지 안에서 각 동간에 확보되어야 할 거리나 높이 문제였다(공동주택요건). 1980년대를 거치면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단독주택들은 개축을 통해 대부분 다세대나 다가구주택으로 변경되었다. 이 경우에 엄격한 일조요건을 요구하면 이웃에게는 좋지만 건축주는 매우 불리해진다. 당연히 건축법이 단독주택들에 대해 요구하는 일조요건은 완화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주거지역을 위주로 대지 북쪽 경계선에서 1,2미터만 띠도록 정해지게 되었다. 이에 비해 아파트를 건설하는 건설사에 대해서는 좀 더 엄격하게, 동지일 기준으로 각 세대가 최소한 2시간 이상 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기준은 하나의 주택단지 안에 건설되는 각 동들 상호간에 대해서만 적용될 것을 예정한 것이다.
2000년대 대법원은 신축된 아파트에 의해 일조가 침해된 아파트들에 대해 배상을 명하면서, 공동주택에서 건축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동지일 2시간 기준을 동원했다. 두 아파트는 별개의 대지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일조요건이 적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석을 통해 그 범위를 넓혔던 것이다. 해석 자체가 현행법을 뛰어 넘는 부담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이 판결에서 일조침해의 피해자까지 정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정작 햇볕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전세살고 있는 사람이지만, 집주인의 집값도 떨어졌으므로 이들간에 공평하게 배상액을 분배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기도 했다. 일조로 아파트에 해가 들지 않으면 살고 있는 사람이 배상을 받아야 하는가 소유자가 배상을 받아야 하는가? 일조권이 환경권이라고 생각하면 전자가, 일조권이 재산권이라고 생각하면 후자가 돈을 받아야 한다. 후자의 해결책이 간명하지만, 또 햇볕을 쬘 권리가 단순하게 재산권이라고 말해 버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품격을 너무 낮추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