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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와 사업시행자
기사입력 11-03-14 18:14   조회 : 6,139
 
 
건축주와 사업시행자
 

 
개발사업을 정하고 있는 법률들은 그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사업의 성패에 책임을 부담하는 자를 정하고 있다. 예컨대 주택법은 이를 사업주체라고 부르고, 도시개발법과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용어상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이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주택법에 있는 주택조합은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어서 건설사와 공동으로만 사업주체가 될 수 있지만,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은 오히려 조합이 단독시행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사업시행자라는 지위는 법적으로 상당히 모호한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사업시행자가 무엇이고, 그 권한과 책임은 어떤 것이며,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참으로 어렵다. 도시정비법도 사업시행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의 실질적 범위에 대해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라는 개념은 정비사업과 관련된 각종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므로 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법적인 분쟁의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사업시행자를 이해할 때 그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것이 바로 건축법상의 건축주라는 개념이다. 개별 필지에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을 때 행정청이 발급하는 건축허가의 상대방이 되는 자가 건축주이다. 건축주는 건물을 짓기 위한 땅을 사고 돈을 조달해서 자재를 사고, 수급인인 건설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건축물대장에 건축주명의가 등재되며, 이를 근거로 건축주 이름으로 보존등기가 이루어진다. 건축주는 건물이라는 물리적 시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전과정에서 자신의 책임과 비용에 의해 건축을 진행하는 자이며, 민사·형사·공법상의 모든 권한과 책임도 건축주에게 귀속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사업시행자는 개발사업의 전과정에서 토지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비용을 조달하며 행정청으로부터 자기명의로 인허가를 받는 자를 말한다. 물론 아파트의 배분권 등을 포함해서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도 사업시행자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     사업시행자가 건축주에 대해 보이는 차이점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다수의 이해관계인으로 구성되어 그 내부의 의견통일이 어려운 회의체가 된다는 점, 사업지 전체의 토지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므로 반대자의 소유권을 박탈하는 권능이 필요하다는 점, 개발사업으로 건설된 시설을 구성원들에게 다시 배분하는 복잡한 절차가 있다는 점 등이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은 토지소유자와 행정청의 중간에 위치잡고 있는데 어떤 때에는 행정청에 더 가깝고 어떤 때에는 소유자쪽에 더 가깝다. 건축주와 사업시행자가 보이는 다양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토지소유권의 확보, 비용조달책임, 새로운 시설물의 귀속, 건설업자와의 도급계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므로 사업시행자도 큰 그림에서 보면 건축주의 한 변형일 뿐이다.  

건설사가 재개발사업에서 공동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단순 시공자의 역할을 넘어 사업에 대해 자신의 이름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재건축사업에 대해 법률은 건설사를 단순 시공자로만 정하고 있으므로 사업에 대한 권한도 책임도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현장에서 건설사가 사업에 간여하지 않고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정하는 것은 실무감각에 전혀 맞지 않는다. 건설사의 권한을 한정하면 그에 따라 책임도 한정된다는 원리를 잘 알지 못해 생긴 입법적인 실수이다. 그 잘못이 벌써 10년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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