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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허상(虛像)
기사입력 11-07-01 15:37   조회 : 5,185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허상(虛像)
 
 
 
최근에 불거진 저축은행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정체불명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단어를 수 없이 들어야 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금융기법은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낯설다. 약간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집을 지을 때 익숙한 방식은 땅 주인이 땅을 담보를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은행은 토지에 저당권을 설정하는 형태이다. 이런 금융방식에서는 은행이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대신 개발이익에 전혀 간여하지 않고 개발로 인한 수익과 손실이 모두 땅주인인 건축주에게 귀속된다.

이에 비해 50층을 상회하거나 연면적이 큰 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계획이 세워지면 개인 사업자가 자기의 돈으로 땅을 사기도 어렵고 또 땅의 값어치만으로 담보를 하기에 너무 많은 건설비용이 필요하다. 부동산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이런 사업에 대해서는 은행도 돈을 선뜻 빌려주기 어렵다. 그래서 돈을 빌려줄 은행이나 금융권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인데, 금융권은 개발사업을 겨냥해서 대출을 해주고 그 위험을 감수한 만큼 높은 이율을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에서 필요한 세 당사자는 토지를 매입하거나 인허가를 자신의 이름으로 받은 사업시행자(통상 시행사)와 공사를 수주하는 건설사, 그리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초기 토지의 매입부터 건설비, 인허가비 등을 모두 감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융조달수업이므로 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위험한 투자이다. 다른 한편 돈을 빌리는 시행사는 자기 자본도 없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단지 사업초기에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자일뿐이다. 개발사업에 정통하지 않은 은행은 사업이 중간에 좌절될 위험성을 평가할 능력이 부족하고 부동산 담보도 부족하므로 대형 건설사에게 사업에 대한 보증을 강요한다. 건설사는 무리한 보증을 해서라도 시공권을 딸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으므로 치열한 수주전을 피하기 위해 흔쾌히 위험을 감수했다. 한국에서 은행의 불안과 그를 해소하기 위한 건설사의 시공보증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원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요건은 자금력 있는 시행사의 주도면밀한 사업계획이다. 그리고 그 시행사가 세운 사업계획과 시행사의 신용을 믿는 은행이 다시 자신만의 고유한 기법에 의해 사업을 평가하고 위험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두 번째 요건이 충족된다. 한국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다. 단지 덩치가 큰 건설사가 있고 그 건설사가 사업의 기획에도 간여하고 사업도 보증하면서 사업의 모든 위험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이나 각종 연기금의 투자과정에서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건설사에게 보증을 요청하고 금리를 약간 높게 받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법률과 인허가의 절차를 그들은 알 필요가 없다. 당연히 개발사업의 근거법률과 행정청의 처분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변수가 생기고 사업이 지연될 수 있는가를 평가할 의무를 은행은 감당할 수 없다. 이름만 멋지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 하고, 전문적 평가와 심사는 전혀 없는 이런 금융이 성공하고 정착된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의 위험을 모두 떠안았던 건설사들이 서서히 고사(枯死)하고 있다. 담보를 잃게 된 은행은 과연 선의의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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