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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법의 변천사2 - 건축법
기사입력 10-04-19 10:02   조회 : 4,978
 
 
 
건설법의 변천사2 - 건축법
 
 
 
1962년 박정희 정부는 시가지계획령을 폐지하고 건축법을 제정했다. 일제(日帝)의 총독부령으로 제정됐던 조선시가지계획령이 해방 후 이름만 바뀌어 그 당시까지 잔존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1945년에 한국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채 해방을 맞았는가를 절감하게 된다. 해방 후 한국사회는 6·25 전쟁과 그에 이은 서울의 복구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건축법은 건물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절박하던 시점에 제정됐다. 안정된 사회였다면 건물에 대한 위험방지가 건축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평가됐겠지만, 서울과 대도시의 복원이 급선무였던 당시에는 건축법이 도시계획을 보조하는 하위수단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더 강했다. 결국 전후 복구를 위한 각종의 도시계획을 전제로 그에 방해되는 건물을 억제하는 기능을 건축법이 담당하게 되고 건축법 속에는 ‘토지의 합리적 이용’을 도모하기 위한 도시계획법적 성격의 조문들이 다수 포함됐다.
 

1970년대 강남의 영동지구와 잠실지구에 대한 택지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다시 건축법에는 더 강력한 도시계획수법이 도입되는데, 도시설계에 관한 조항이 바로 그것이다(1980년 개정 건축법 제8조의2). 도시설계는 도심부 또는 간선도로변을 대상으로 개별 필지단위의 건축설계를 확장해 일정한 지구의 도로와 건물들을 입체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 조항이 건축법에 도입되고 10년이 지나면 도시계획법(2003년 국토계획법으로 변경됨)에 이와 유사한 상세계획제도가 도입되어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에 동일한 제도가 중복되는 시기를 거친다.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의 갈등은 2000년 두 제도를 지구단위계획으로 통합시키는 도시계획법 개정을 통해 해소되고 건축법에 있던 도시설계 조항도 삭제됐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는 건축물의 위험방지기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앞서 지적한 2000년 도시계획법의 전문개정과 맞물린 건축법의 정비로 나타났다. 이 때 건축법이 오랜 기간 건축허가요건으로 보유하고 있던 건폐율, 용적률에 대한 형태관련 요건과 용도지역별로 허용건축물의 목록을 정하는 용도관련요건들이 모두 도시계획법으로 이관됐다. 또한 이 개정을 통해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으면 도시계획법상의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는 조항이 건축법에 처음으로 마련돼 양 법률상의 절차적 관계가 정비됐다. 다만 하나의 대지가 두 개 이상의 용도지역에 걸치는 경우를 규율하는 건축법 조항이 삭제되지 않은 채(현행 건축법 제54조) 동일한 기능을 하는 조항이 도시계획법에 신설되는(현행 국토계획법 제84조) 등 양 법의 중복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건축법에는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조문들이 포섭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1980년대를 거치면서 도입된 일조권, 다세대주택이나 2000년대 초반의 리모델링관련 규정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공동주택을 위한 지능형 홈네트워크설비가 건축설비의 일종으로 규정된 2005년의 개정은 정보통신기술이 대세인 시대에 건축법도 그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건물의 위험방지라는 차원에서도 변화의 속도가 빠른 한국사회는 항상 건축법에게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지금은 도시형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장려되고 있는 원룸들과 다수의 인원을 함께 수용하는 초고층건물이 건축법에 도전하고 있다. 건축법이 이러한 건물들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는가는 건축법과 한국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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