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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잇는 리모델링
기사입력 09-12-14 17:20   조회 : 3,923
 
 
 
재건축을 잇는 리모델링
 
 
 
한국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파트인데, 좋건 싫건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렇게 아파트가 많아진 이유는 1970년대 제정된 주택건설촉진법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택건설촉진법은 강남의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광활한 지역 전반에 걸쳐 아파트를 빨리 짓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는데, 강남의 택지가 모두 사용되고 난 후에도 폐지되지 않고 서울과 대도시의 아파트를 신속하고 간이하게 지을 수 있는 제도적 토대로 작용했다.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자금을 확보한 건설사들이 그 이익을 최대한 향유하기 위해 주택건설촉진법을 지속적으로 활용했고, 이는 다시 제도의 강화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는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로 초만원인 상태이다. 주택건설촉진법의 폭력성은 아파트 재건축까지 휩쓸었는데, 이미 아파트가 있는 주택단지라 해도 아파트를 지을 수만 있다면 이미 있는 아파트조차 쉽게 허물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하던 재건축사업이었다.
 

2003년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 재건축을 내준 주택건설촉진법이, 주택법으로 변신하면서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아파트에 대한 리모델링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이라는 단어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건축법 시행령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던 용어였지만, 주택법은 리모델링 조합과 리모델링의 허가요건 등을 규정하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물론 현재의 조문으로 리모델링 사업의 전반을 잘 규율할 수 없고, 사업성도 높지 않아 그리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법에 도입된 리모델링 제도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주택건설촉진법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가 1회 재건축되고 나면 그 아파트를 2번째 재건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7, 8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그 골조를 다시 사용할 만큼 튼튼하지도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특별한 보존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아파트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황에서 재건축은 여전히 불황을 모르는 황금시장으로 보인다. 모든 아파트들이 재건축대상으로 보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재건축을 경험한 주택단지의 새로운 아파트들은 30년이 지나도 쉽게 재건축하기 어렵다. 그때까지 재건축을 할 정도로 아파트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인지도 의문이려니와 이미 충분히 사용한 용적률 때문에 사업성도 낮다. 물론 지금처럼 견고하게 건설되는 공동주택을, 골조 모두 헐어내는 재건축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결국 1회에 걸쳐 재건축을 경험한 주택단지에서 아파트가 노후화됐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리모델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모델링이 주택법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주택법이 향후 주목해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 인데 향후 건설되는 아파트는 모두 리모델링에 적합한 구조로 건설되도록 강제하는 것과 리모델링이 필요한 아파트를 분석해서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업의 절차를 마련하는 일이다. 어쩌면 상당히 많은 국고가 투입돼야 할 수도 있다. 재건축처럼 개발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의 주거를 유지 관리한다는 공익적인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 재건축은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아도 저물어가는 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0년은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또 다른 10년의 시작이 돼야 한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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