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재건축제도가 만들어질 때 재건축은 주택단지에서 아파트를 헐고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초기에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해 집합건물법상 매도청구권을 이용했는데, 이 조항은 한 채의 건물이 낡았을 때 그 구성원인 구분소유자의 4/5 이상이 동의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일부 있더라도 건물을 헐고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민사법의 계열에 속하는 집합건물법은 재건축에 필요한 조항을 두는 관점도 민사적인 것이어서, 소유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제도를 마련한 것이었다. 동일한 5층 건물이라도 1인이 소유하고 있으면 건물이 낡았을 때 쉽게 헐고 다시 지을 수 있지만, 구분소유자 10인에 의해 공유되고 있는 건물은 낡고 위험해져도 개축하기 어렵다.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라 구분소유자 10인의 만장일치로 개축하도록 요구하면 오히려 다수인의 소유권 행사가 제약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반대하는 일부 소유자의 구분소유권을 강하게 제한하는 조항이 마련됐다. 이런 점에서 처음 집합건물법에 규정된 매도청구제도는 헌법상 수용이라는 기능보다는 구분소유권의 내재적 한계에 더 가까운 성질을 띠고 있었다.
원래 한 채의 집합건물에 적용될 것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집합건물법상의 매도청구제도가 1980년대 후반, 아파트의 재건축과 결합되면서 이 조항은 재개발의 수용과 유사하게 개발사업의 소유권박탈이라는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그래서 재건축의 매도청구권은 헌법상 수용이라는 취지와 구분소유권의 내재적 한계라는 측면을 불가분적으로 공유하는 매우 독특한 제도로 자리잡게 됐다.
근간에 이르러 강남의 넓은 지역에서 또 강북의 일부에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단지를 헐고 아파트를 짓고자 하는 또 다른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단독주택 재건축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그 실질이 재개발에 더 가깝고 헐리는 집들도 대부분 단독주택이어서 매도청구제도와 전혀 맞지 않는다.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로 같은 건물의 소유자를 배제하는 제도인 매도청구권으로 단독주택 1인 소유자의 소유권을 박탈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2003년 도시정비법이 제정될 때 재건축과 재개발만을 염두에 두고 입법이 됐고 사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독자적인 사업의 형태가 아니었다. 지금 도시정비법상으로도 과연 단독주택 재건축이 명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며 특히 그 과정에서 매도청구권제도가 사용될 수 있는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가 시작한 단독주택 재건축은 현장에 따라 구역도 지정되고, 사업시행인가도 나서 잘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부족한 이 사업은 잘되면 괜찮지만 제동이 걸리면 왜 안 되는지 이유도 모르고 중단될 수 있다. 법원이나 행정청은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을 중단시킬 때 아무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는 사업도 쉽게 중단되므로 사업시행자가 법적 근거가 없는 사업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아무리 논증하려 해도 법원은 들어줄 리 없다.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있고 찬성하는 입장도 있으며, 각자의 논거도 나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만약 지금과 같이 행정실무가 단독주택 재건축에 대해 기본계획을 세우고 구역지정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명확하게 마련돼야 하고, 또 그 한계도 정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만약 이를 금지하고 싶다면 법조항 한 두 개만 손대면 될 일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를 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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