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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도로와 법률상 도로
기사입력 10-04-06 14:01   조회 : 5,395
 
 
사실상 도로와 법률상 도로
 
 
 
건물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시에서 건물에 먼저 주목한다. 그러나 건물의 존립과 이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는데, 건물과 도시를 이어주는 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완성된 도시에서 건물은 도로보다 더 눈에 띠지만, 처음 신도시를 만들 때는 오히려 도로가 먼저 완성되고 그 후에 도로가 구획해 놓은 공간에 건물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서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도로는 건물보다도 더 먼저 도시의 정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단지 사람들이 그 만큼 깊이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도로는 그 기능이나 크기로 보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도로법이나 국토계획법에 의해 설치되는 정식의 도로인데, 이들은 행정청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도로부지의 소유권까지 확보하고 건설하는 도로들이다. 이런 정식의 도로는 보통 아스콘이 깔려있고, 차도와 인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이에 비해 큰 도로 뒷골목에 존재하는 소규모 도로들이 있는데 이들은 그 설치의 절차도 제 각각이고, 소유관계도 불분명하며, 도로의 포장재질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인도와 차도가 구별되지 않아서 골목을 걷다가 차가 오면 피해 줘야 하는 도로들이 이런 소규모 도로의 특성이다. 
 
 
건물을 지을 때 이를 주관하는 건축법은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가 도로와 접하고 있을 것을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내 주도록 정하고 있다. 도로와 접하고 있지 않은 대지를 보통 맹지(盲地)라고 해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건축법이 도로와 접하고 있는 대지에서만 건축을 허용하기 때문에 토지와 도로가 접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토지소유자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보통 정식의 도로에 접하고 있는 토지의 소유자는 당연히 건축허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므로 심각하게 느끼지 않지만, 더 많은 토지들이 소규모 도로에만 접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도로들이 항상 분쟁의 중심에 놓인다.
 
 
연혁적으로 보면 오래된 기성시가지에는 정식의 도로가 거의 없고, 도로에 접하지 못한 토지소유자들이 서로 건축하는 과정에서 통로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도로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통로의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나 또는 이를 공로(公路)로 지정하기 위한 행정청의 노력은 전무 했다. 그러므로 오래된 기성시가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이면도로는 토지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임의롭게 통로가 개설된 사실상의 도로들이다. 문제는 사실상의 도로가 접도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인데, 건축법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할 때 사실상의 통로에 도로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지정의 전제로 이해관계인(통로소유자)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법에 의한 도로지정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금 기성시가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소규모 도로는 법률상 도로가 아니고, 민사적으로는 토지소유자의 토지일 뿐이다. 그래서 이를 사실상 도로라고 부르는 것인데,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토지라는 이유로 그 도로를 침범해서 건축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주민들이 통로로 사용하는 사실상의 도로를 막도록 버려둘 수도 없다. 이게 현재 서울과 대도시 기성시가지의 딜레마이다. 합리적인 정부라면 법제를 정비해서 사실상의 도로를 법률상 도로로 변경시키고, 토지소유자에게 보상할 것이다. 우리의 정부는 그곳이 빨리 낡아 전부 재개발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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