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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과 건설사의 책임
기사입력 10-09-13 10:58   조회 : 4,052
 
 
용산개발과 건설사의 책임
 
 
 
건설경기가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코레일이 기획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원래 개발사업의 청사진이 너무 과도해서 사업지구에 포함된 아파트주민들이나 토지소유자들에 대해서는 위헌의 소지가 많았던 사업이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좌초할 위험에 빠진 것이다. 이 사업은 도시개발법에 의해 진행되기로 예정된 사업인데, 도시개발법으로 도시내부의 아파트를 헐고 택지를 조성한 전례는 없다. 개발사업이 천리를 타고가야 할 말이 원래부터 조랑말이었다는 뜻이다. 도시개발법은 2000년 제정된 후 잘 다듬어지지 않은 법률이고, 이 법률은 허점이 많아 유리하게 해석할 때는 다 되지만, 불리하게 해석하면 다 안돼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업을 주도했던 삼성물산은 사업초기 거의 대부분의 결정권을 행사했지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단순 수급인의 항변’으로 책임을 벗어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서류상의 회사들인 드림허브와 그 자회사가 토지소유자 및 건축주역할을 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설사는 지분을 포기하면 모든 법적인 책임은 없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개발법에 의한 도시개발사업에서 서류상의 회사가 사업시행자이고 그래서 그 사업이 여의치 않으면 그 회사가 책임을 지면 끝이라는 논리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상법이나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주식회사 같은 법인이 영리활동의 실체로 인정되고 그 한도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용인된다. 법인의 활동이 개인의 영리활동과 다를 바 없고 시장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제도 역시 금전적인 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법인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한 자에 대해서는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리가 발전되어 있다. 그러므로 도시개발법, 도시정비법 같은 공법에 의해 개인의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되는 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서류상 법인을 만들어서 사업시행권을 맡기면 그만이라는 논리는 공법의 영역에서 통할 수 없다. 사업실패의 책임도 그 서류상의 법인이 최종적으로 지고 나머지 사업참가자들은 자유롭게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민사법과 공법을 혼동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사업시행자인 서류상의 회사에 대해 단순히 지분만 가지고 있었고, 장차 건물이 착공되면 공사만 할 예정이었다는 주장은 실질과 맞지 않는다. 공법상으로는 형식을 넘어 사업에 간여했던 실질만큼 책임이 발생하는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업은 일단 시작된 후 임의로운 결정에 의해 중단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질적 사업시행자가 사업중단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없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거나 또는 사업권을 제3자에게 넘기는 행위는 행정청의 승인이 필요한 행위라고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승인한 행정청의 처분도 손해를 본 토지소유자 등에 의해 취소소송으로 다투어질 수 있다. 이렇게 해석해야 공법에 의해 진행되는 개발사업을 함부로 시작하지 못하고 일단 시작된 개발사업이 임의롭게 중단되어 개인들에게 불측의 손해를 전가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처음부터 도시개발사업의 시행자를 서류상의 회사로 지정한 행정청의 잘못은 누구보다도 크다. 도시개발법의 허술한 약점을 이용해 책임은 없고 개발이익은 독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의 법적 착오도 역시 커다란 허물이다. 이 문제가 법적인 문제이고 그것고 공법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문제라는 점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우리 법원의 답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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