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인가를 다루는 방법
재건축, 재개발과 같은 정비사업이 한 창 진행되다 보면 사업시행인가라는 처분이 등장하게 된다. 보통 정비사업이 진행될 때 주목을 받는 것은 구역지정, 조합설립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이어서 사업시행인가에 대해서는 기능이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사업시행인가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지 미궁으로 접어든다. 최근 대법원이 조합설립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둘러싼 분쟁을 취소소송으로 풀도록 정리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법리가 혼란을 겪고 있는데, 이들이 예기치 않게 사업시행인가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다.
사업시행인가의 정식명칭은 사업시행계획의 인가이고 조합이 총회를 개최해 계획안이 마련되면 구청에서 인가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정비사업은 구역지정 및 정비계획,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이라는 3개의 포괄적 처분을 주된 골격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며, 이들을 주축으로 사이사이 조합설립, 시공자선정, 수용, 매도청구, 신탁 등 다양한 절차가 복합되는 구조를 띤다.
이 때 사업시행인가는 정비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개별사업으로 치면 건축허가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정비구역 및 정비계획으로 사업대상지의 면적 등 사업의 개요가 정해지는데, 이는 사업시행계획에 포함된 설계도에 의해 구체화된다. 아파트 각 동의 위치를 어디에, 몇 동 지을 것인지 등이 설계도에 의해 확정되므로 이를 통해 관리처분도 가능하게 된다. 몇 평짜리 아파트가 몇 개 건설되는지 정해져야 분양신청이나 동호수추점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인가가 처분이므로 이에 대해서 반대하는 토지등소유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고 만약 소송에서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 밝혀지면 취소되는 것도 법제상 예정돼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계획에 대해 행정청이 인가를 하는 이 처분에 대해 누가 취소소송의 피고가 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쉽고도 어렵다. 사업시행계획의 작성을 주도하는 자가 조합이라 보면 조합이 피고가 돼야 하고 최종 책임이 구청장에게 있다고 보면 구청장이 피고가 돼야 한다.
법률의 구조가 조합총회에게 사업시행계획의 안(案)에 대해 합의하도록 하지만, 처분의 효력은 행정청이 직접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때 행정청이 발급하는 인가는 단순히 조합총회의 결의를 보충적으로 완성시켜주는 것(강학상 인가)이 아니라 조합설립인가와 유사하게 설권적인 모습을 갖는다. 그러므로 피고가 돼야 할 자는 구청장이다. 더 엄밀하게 말하면 소송은 하나이며 구청장이 주된 피고이고 조합은 공동피고가 돼야 한다. 물론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창립총회의 결의가 갖는 의미가 그리 크지 않듯이 사업시행인가에서 조합총회의 결의가 갖는 의미도 역시 그리 크지 않다.
대법원이 관리처분계획의 취소소송에서 피고를 조합으로 한정하는 태도를 취한 것이 화근이 되어 사업시행인가에 대해서도 조합이 피고가 돼야 한다고 착각하는 판결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도 하나의 처분이고, 사업시행계획의 인가도 하나의 처분이다. 계획에 대한 처분청이 따로 있고, 인가에 대한 처분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들을 분리해서 기교적으로 판단해왔던 법원의 오랜 관행이 간단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법관들은 왜 건축허가 취소소송에서 구청장이 아니라 건축주를 피고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