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하락과 조합탈출
최근 재개발현장에서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합원들이 조합원의 지위를 포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띠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 30년간 아파트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시절에는 보통 보기 어려웠던 사례들이며, 심지어 재건축사업에서도 조합에서 탈퇴하고자 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조합을 탈퇴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평가하면,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의 결과로 자신에게 주어질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고, 그 대신 사업을 위한 추가부담금 지불의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조합원이 소유권을 보유한 채 탈퇴하면 조합이 정비구역 전체의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므로, 조합의 입장에서는 조합원을 쉽게 탈퇴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현장에서 이를 둘러싼 각종 소송들이 무질서하게 제기되고 있다.
실무에서 조합원의 지위를 포기하는 방법과 다툼의 유형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사업시행자인 조합이 오랜 기간 활동하는 주체이다 보니 사업의 단계별로 조합관계에서 벗어나는 방식과 의미가 달라지고, 또 재건축과 재개발이 조합원의 지위에 대해 다르게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탈퇴와 관련된 최근의 분쟁들을 쟁점별로 유형화한다면 첫째 조합원이 탈퇴할 수 있는가. 둘째 탈퇴를 허용한다면 탈퇴하는 방식이 무엇인가. 셋째 조합원의 소유권을 조합이 박탈하거나 또는 이전받을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 넷째 소유권이전을 위한 부동산가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이러한 소송에서 원칙을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는 도시정비법의 각종 제도들이 아파트가격의 지속적 상승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금청산, 투기과열지구의 조합원지위 이전금지 등의 제도는 모두 아파트를 분양받기를 원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규정돼 있고, 분양신청도 당연히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전제돼 있다. 그러므로 조합의 사업진행에 전적으로 동참하던 자가 갑자기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바로 현금청산자가 된다는 결론은 아파트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때 법조문의 공백은 조합제도의 본질에서 도출되는 법원칙에 의해 보충돼야 한다.
우선 재개발조합은 정비구역내 토지등소유자를 조합원으로 보는 강제가입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정비구역이 지정되고 조합이 설립되면 조합설립에 동의치 않은 자들도 모두 조합원이 된다.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조합원으로 의제되므로 소유권을 유지하는 한 조합을 탈퇴하는 것은 이론상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아파트 가격 상승기이고 다수의 조합원이 사업의 진행을 원하는 경우라면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또는 수용재결로 소유권을 상실하고 조합관계도 해소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재건축사업은 조합설립에 동의한 자만이 조합원이므로 이론상 동의를 철회함으로써 조합에서 탈퇴할 수 있지만, 조합의 성격을 고려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탈퇴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최근의 사례처럼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합원개인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조합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에 대해서는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통해 아파트를 강제로 배정할 수 있고, 추가부담금의 납부의무도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새겨야 한다. 만약 이러한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은 조합원들이 다수라면 총회결의에 의해 조합사업이 중단되고 청산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대법원이 분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즉시 조합원지위가 상실된다고 판단한 것은 너무 과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