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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상의 기준일
기사입력 11-01-24 10:03   조회 : 4,314
 
 
손실보상의 기준일
 
 
 
물건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때 그 금액은 보통 매매나 전세계약이 체결되는 날을 기준으로 한다. 그 후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은 행운이 되거나 불운이 되므로, 이는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만약 도로가 개설되거나 백화점이 들어서는 것처럼 인근토지의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그 시점 이후 가격이 극심하게 변동될 수 있다. 공법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배제하고 가격을 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때가 있고, 이를 위해 행위시보다 앞선 기준일이라는 것을 정하기도 한다.   

토지보상법은 토지를 수용하고 보상할 때 그 보상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일정한 기준일을 설정하고 있는데, 이는 보통 일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겠다는 취지가 알려지는 때가 된다. 그래서 토지보상법상 토지나 건물에 대한 수용은 수용재결이 내려지는 시점이 아닌, 사업인정 당시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이 때 수용시의 가격에 의하지 않고 그보다 더 이른 시점을 기준일로 하는 것은 이미 그로 인해 공익사업이 시행될 것이 알려진 것이므로, 그 후의 가격변동을 보상가액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원칙은 2003년 토지보상법으로 흡수되기 이전의 토지수용법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6~70년대의 토지수용법은 토지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한정해서 손실을 보상했으며, 그들이 겪는 손실도 물건을 잃는다는 점에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물건 값에 해당하는 손실이외에 이사를 가야한다거나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다거나 하는 무형의 불이익은 보상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사업시행자가 이에 대해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없어 보상할 방법도 없었다. 공익사업의 시행과정에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세입자들이나 물건에 대해 모두 보상받은 건물소유자들도 이러한 보상은 매우 미진하고 불공평하다고 느꼈으며, 이는 공익사업에 대한 중대한 장애사유로 작동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이하 공특법, 1975)’이 제정되면서 토지수용법이 정한 보상과는 차원이 다른 이주대책, 휴업보상 등이 법률에 등장했다. 다만 공특법은 협의취득을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이에 대해서만 보상조항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토지수용법과 기준시점이 달라졌다. 공특법에 의한 토지의 취득은 ‘토지수용법의 절차에 의하지 않는’ 협의취득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동법 제2조제4호), 토지수용법상의 절차에 해당하는 사업인정일은 보상의 기준일이 될 수 없었다. 오히려 협의취득은 사업인정이 고시되기 이전에 협의에 의해 취득할 것을 원칙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었으므로 협의취득 당시가 보상액 산정에서 기준시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주대책, 주거이전비, 휴업보상과 같은 생활보상들은 협의에 의해 물건을 넘겨주는 그 시점에 보상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그 후 공특법과 토지수용법이 토지보상법에 통합될 때 생활보상과 재산권보상에 대한 기준일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현행법을 해석할 때 보상의 기준일이 소유권을 사실상 넘겨주는 때인가 또는 사업 자체가 일반에 알려지는 때인가에 대해 엇갈리는 판결들이 속출하고 있다. 생활보상 중 이주대책이나 주거이전비처럼 경제적 가치가 적지 않아 투기우려가 있는 보상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일이 없고 그것을 법원이 정해야 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보상법의 기준일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개선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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