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대책과 공공시설 설치비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이주대책을 세우도록 정하고 있다(토지보상법 제78조). 이주대책은 집단적 이주를 위해 새로운 주택단지를 조성해 택지를 공급하거나 또는 그 지상에 주택까지 건설해서 공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법률은 이주대책을 수립하는 사업시행자가 주택단지를 부실하게 조성할 것을 우려해서 도로 등 공공시설이 통상적인 수준으로 설치되도록 그 기준을 법정하고, 설치비용도 사업시행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다(동법 제78조제4항).
이렇게 법률이 이주대책의 일환으로 정하고 있는 공공시설 설치비는 최근 다양한 개발사업에 대한 법령해석의 와중에 이주대상자들이 입주하는 주택단지에서 도로 등 기반시설의 비용부담의 기준으로 많이 원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비용부담에 관한 일반조항이 아니라 이주대책을 수립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주대책은 주민들의 이주를 원활히 하기 위해 수립되는 것이지만, 항상 이주대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예컨대 이주정착금과 선택적인 관계에 있다.
법률상 이주대책을 수립하거나 이주정착금이 지급되도록 되어 있고(토지보상법 제78조제1항), 시행령은 이주정착금을 지급해야 하는 대표적인 경우로 이주대책이 수립·실시되지 않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주대책이 수립되지 않고 이주정착금만 지급되는 경우에는 공공시설이 설치될 여지도, 그 비용부담에 관한 조항이 적용될 여지도 없다.
또한 사업시행자가 택지개발촉진법이나 주택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이주대책 대상자에게 택지나 주택을 공급하는 경우라면 역시 이주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의제되는데(동법 제78조제2항), 이 경우 역시 좁은 의미의 이주대책은 세울 필요가 없다. 주택법 등에 따라 주택을 특별공급하게 되면 별도로 새로운 주거단지를 조성할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주대책 대상자에게 주택법의 특례규정에 의해 주택이 공급되면, 사업시행자는 이주대책에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공공시설 설치의무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므로 일반분양분과 이주대상자에 대한 특별공급분이 혼재되어 있는 통상적인 아파트라면 이주대상자에 대해서도 분양가로 공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시행자가 여러 장소에서 공익사업을 수행하고 그 사업의 이주대책을 통합해서 하나의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등 형식은 주택법에 의한 주택의 공급이라 해도 전체적으로 봐 이주대책의 실질을 갖는 경우라면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주대상자에게 특별공급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공공시설의 설치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법원의 판결들은 과도한 것이다.
최근 도시정비법에 의한 주거환경개선사업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주거환경개선사업 중 공동주택방식은 실질이 재개발과 같은 것이며 형식상으로만 수용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러므로 형식상 수용대상자로 정해져 이주대책대상자로 보이는 주민들은 원칙적으로 사업대상지의 아파트를 다시 공급받는 지위에 있다.
그러므로 이들에 대한 주택의 공급가격에 대해 이주대책과 관련한 공공시설 설치비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은 재개발조합의 조합원과 유사한 지위에 있으므로 이들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법리는 이주대책보다는 관리처분의 법리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도시정비법이 개정되어 이러한 원칙을 선언하고 있는 것은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것일 뿐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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