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보 칼럼 홈 > 칼럼/인터뷰 > 김종보 칼럼
재건축결의와 공사비의 변경
기사입력 09-05-18 14:42   조회 : 4,225
 
 
재건축결의와 공사비의 변경
 
 
 
2003년에 제정된 도시정비법은 구법에 의한 재건축제도를 크게 변화시켰지만, 법원이 구법시대의 문제해결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구법시대의 재건축은 구역지정이나 정비계획, 관리처분계획이나 분양처분 등이 전혀 없는 간략한 절차의 사업이었다. 일정한 주택단지에서 조합이 설립되기 위해 인가를 받고 그 후 사업승인을 받으면 재건축과 관련된 행정청의 역할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을 설립할 때 조합원들이 합의하는 내용이었으며, 구법시대에는 이를 재건축결의라고 부르고 조합원 4/5의 동의를 요구했다. 이러한 구조를 지닌 구법시대의 재건축사업에 있어서는 모든 분쟁이 재건축결의의 해석문제로 귀결됐고 법원도 재건축사업에 대한 각종 소송에서 재건축결의의 유무효를 따지는 방식으로 시장에 답해왔다.
 

구법시대의 재건축에서 특히 많이 다투어진 것이 건설사의 공사비와 그에 따른 비용분담에 대한 사항이었는데,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법원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재건축결의가 무효라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법원은 비용분담의 내용이 사후에 바뀌게 되면 이 또한 재건축결의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므로 재건축결의에서 요구하던 4/5 동의율을 충족하도록 해석하고 있다.
 
 
재건축결의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건설사의 공사비를 전제로 책정되는 것이므로 만약 공사비가 변경되면 재건축결의를 다시 받거나 이에 준하는 결의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건축결의가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고 모든 문제를 그곳으로 끌고 가고자 했던 구법시대 법원의 관행이 2003년에 제정된 도시정비법 이후에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구법시대의 재건축결의는 도시정비법에서 ‘조합설립동의’로 용어가 바뀌었지만, 구법시대 집합건물법에서 요구하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여전히 조합설립동의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시공자선정시기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시공자는 사업시행인가(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조합에 의해 선정되도록 정해져 있다. 이 조항의 결과로 현행법상 조합설립시 비용분담의 내용이 되는 공사비를 시공자가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고 그 당시 임의롭게 추산된 공사비일 뿐이다.
 
 
그러므로 현행법상 시공자 선정 이후에 정해지는 시공자의 구체적 공사비는 조합설립을 위한 비용분담이나 정관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조합설립의 동의내용도 정관의 작성도 시공자와의 도급계약에 앞서는 시점에서 확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이 공사비를 비용분담의 내용으로 보고 그 변경이 재건축결의나 정관변경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구법시대의 재건축에 대한 판결의 관성에 의한 것이다. 구법시대에 건설사가 조합설립에 간여하고 공사비도 사실상 먼저 책정해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경우라면 그 공사비의 변경이 조합설립의 변경이거나 정관의 변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조합설립에 간여하지 못하는 건설사가 단순 도급인으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때 비로소 정해지는 공사비를 조합이 설립될 때 이미 정해진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도, 일반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재건축결의가 도깨비 방망이처럼 쓰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판결에서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법원도 국토부도 건설사의 공사비변경에 대한 새롭고 합리적인 통제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회원가입



도시개발신문(주) |  등록번호:서울,아02031 |  등록일자:2012.3.19 |  제호:도시개발신문 |  발행인·편집인:전연규 |  주소: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322(역삼동) 한신인터밸리24 907호  |  Tel:02-2183-0516  |  Fax:02-566-0519 |  최초발행일:2012.6.29 |  청소년보호책임자:전연규
Copyright ⓒ udp.or.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