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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은 건물일까 건축물일까?
기사입력 09-06-01 14:27   조회 : 4,560
 
 
저 집은 건물일까 건축물일까?
 
 
 
70년대 서울의 외곽에 살던 사람들은 변두리에 산다는 말에 쉽게 상처를 받았다. 그 당시 변두리라는 표현은 강북의 도심을 제외한 주거지역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도심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사는 어려운 지역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변두리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지만 대신 사람들은 강남과 그 외의 지역을 구분해서 인식하게 됐다. 강북이라는 용어가 강남이 아닌 주변지역이라는 어감을 띠게 됐으니 세월의 변화를 절감하게 된다.
 

70년대와 80년대의 변두리에는 속칭 집장사들이 짓는 날림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학교를 다니던 길목에 새롭게 들어서던 ‘집’들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완성돼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세월이 흘러 민법이나 건축법, 주택법 등을 공부하면서 건물, 건축물 같은 단어들을 만나게 됐는데, 왜 집을 건물로 또는 건축물로 부르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건축법상 건축물은 용도에 따라 다시 주택과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나뉘는데, ‘집’은 주택이라는 건축물의 유형에 속한다. 전통적으로 주택이 건축물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건축물을 뭉뚱그려 집이라 표현하는 언어 관행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집이라 생각하던 많은 건축물 중에 상가나 영업시설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었던 것 같다.
 

건축법에서는 건축물을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구조물 중 토지에 정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를 굳이 건물이라 하지 않고 건축물이라 하는 것은 건축법의 기능과 관련이 있다.
 
 
건축법은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통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건축행위를 주로 통제하는데, 건축물은 건축행위의 결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건축법에서는 건축이라는 단어가 핵심적인 기능을 하므로 이를 줄여 건물이라고 표현할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건축법과 유사한 계열의 법에 속하는 국토계획법도 역시 건축물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용적률, 건폐율 등을 통제하는 법의 기능상 역시 건축과정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건물’이라는 단어는 통상 건축된 결과물로서 재산적 가치를 갖고 있는 부동산이라는 의미를 더 강하게 띤다. 예컨대 민법도 부동산을 토지와 건물 등으로 정하고 있으며 매도청구권을 근거법으로 잘 알려져 있는 집합건물법도 역시 건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민사법에서 건물이라는 표현은 민사상 거래의 대상이거나 또는 객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라는 어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민사법 계통에서만 건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토지보상법처럼 금전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법계열에서도 역시 건축물보다는 건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또 부동산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법, 예컨대 소득세법 등과 같은 세법계통의 법률들도 통상은 건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법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건물과 건축물을 구별해보라고 하면 잘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구별할 특별한 이유도 실질적인 차이도 없고 건축법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이 민법에 의해 건물로 취급되는 것이니 이 두 단어를 달리 사용해야 할 필요도 높지 않다.
 
 
건축법상 건축물대장이 민사상 건물등기부와 연결되는 것을 봐도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바른 입법이다. 통상적인 언어용법에 맞춰 건축물을 모두 건물로 통일하면 국민들이 이해하기 더 간명한 좋은 입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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