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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지역조합
기사입력 09-07-29 13:22   조회 : 4,002
 
 
수상한 지역조합
 
 
 
얼마전 상도동의 재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사 대표가 형사처벌됐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재개발조합에 비리가 있어 임원이나 건설사 간부가 처벌된 것이 아니라 재개발사업을 하기로 정해져 있는 곳에서 그 사업을 좌절시키기 위해 과도한 금품이 오간 것이다.
 
재개발사업을 좌절시키려고 했던 이유는 그 곳에서 지역조합 사업을 하고자 했던 것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던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역조합 사업은 주택법에 있는 예외적인 주택건설사업의 일종인데, 무주택자들이 주택조합을 결성하고 돈을 모아 아파트를 짓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원래 주택건설사업의 전형은 건설사가 토지를 매입하고 자신의 자본으로 아파트를 지어서 일반에 분양하는 형식을 띤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파트의 공급문제로서 주택법은‘사업승인 이후’에 아파트가 무주택자에게‘골고루’공급되도록 정하고 있다.
 
주택조합이 매력적인 이유는 일반적 주택건설사업에 비해 조합원을 모집하는 시기가 훨씬 이르다는 점이다.
 
일반 아파트는 아파트 사업승인을 받고 나야 비로소 일반분양 절차를 시작할 수 있지만, 지역조합 사업은 토지를 매입하는 단계에서 사실상 분양이 끝나는 구조다.
 
이른 시기에 조합에 가입하게 되는 사람들은 사업이 순조롭고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조합의 조합원은 단순히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업의 좌절이나 지연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도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된다. 
 
사업의 손익계산에 밝은 디벨로퍼들이 선분양의 이점과 개발이익을 최대한 자신의 것으로 하고 사업의 실패로 인한 불이익을 조합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주택조합이 갖는 또 다른 매력은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조합원을 가입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후반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이른바‘수서사건’도 거대한 지역조합 사업에서 정치권의 인사들에게 아파트를 임의로 분양하고 특혜를 받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역조합 사업에서 아파트의 임의분양이 얼마나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예이다.
 
지역조합은 도시의 얼마 남지 않은 자투리땅에서 무주택자들이 돈을 모아 아파트를 지어 나눠 갖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예외적인 제도였다.
 
그들이 크게 이익을 남길 여지는 그리 높지 않았고, 규모도 작은 아파트사업이었기 때문에 일반 민영주택사업의 변형이었지만 눈감아줄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지역조합은 대규모로 진행되고 일반적 민영주택사업과 선택적 관계에 놓일 만큼 기능이 확대됐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조합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개발사업자의 자본이 먼저 투입돼 그들에 의해 조합원이 모집되고 있다.
 
또 지역조합은 재개발을 좌절시키고 사업을 진행할 만큼 손쉬운 사업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역조합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초기의 예외 조항들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 이상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지점까지 그 문제를 계속 확대시킬 것이다. 사실 정부가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이지 이미 예외를 인정해서는 안 되는 그 지점을 넘은지 이미 오래이다.
 
예외가 더 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닐 때 그 예외는 허용돼야 할 이유를 상실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도시개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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