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 재건축의 성과
1970년대 조성된 강남의 넓은 택지들과 그 위에 주택공사에 의해 지어졌던 대단지 아파트들은 지난 시절 급격하게 늘어나는 주거수요를 흡수하면서 주요한 주거지 기능을 담당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잠실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만들어진 400만평 규모의 택지 중 일부에 건설된 잠실주공 아파트는 1단지에서 4단지까지 단지별 평균 40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의 밀집 주거단지였다. 여기에 잠실시영단지까지 합하면 전체 세대수가 약 2만1000세대를 넘게 되는데 이는 지금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판교의 전체 주택세대수에 버금가는 규모다.
잠실주공아파트는 1990년대부터 재건축논의가 시작됐지만 20년 만에 전면적인 재건축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 재건축과 관련된 법적 상황이 불명확했다는 점 등에 기인해 사업이 지연됐다. 그리고 1단지부터 4단지까지 단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잠실주공 아파트가 공사에 착수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였다. 만약 사업이 조금만 더 지연됐으면 강남의 재건축을 강하게 억제했던 지난 정부의 정책과 입법에 따라 사업이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었을 것이다.
잠실의 주공아파트들은 재건축이 완료돼 이제 더 이상 1단지, 2단지로 불리지 않고 각각 고급스러운 명칭으로 바뀌어 서로의 연관성도 불분명하게 됐다. 잠실을 단지별로 기억하던 지난 세대들은 이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아파트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잠실의 재건축과정에서 각종의 소송도 줄을 이었는데, 매도청구소송, 재건축결의무효소송 등 현재 각급 법원에서 문제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잠실의 재건축에서 시작되거나 본격화한 유형의 소송들이다. 또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불미스러운 형사사건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2, 3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의 아파트가 노후화하고 자체로서 개발여력이 없으면 국가가 슬럼화하는 단지를 재건축해야할 임무를 떠맡게 된다. 대규모의 아파트단지는 도시민의 집단 주거지이며 국가의 자산으로서 성격을 동시에 띠기 때문에 개인의 소유여부와 무관하게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그 생성과 유지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신도시 건설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나 국가가 주거환경개선사업에 국고를 들이는 것들도 결국 이러한 원리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잠실의 재건축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1970년대 어렵던 시절에 부실하게 지어졌던 2만여 세대의 아파트가 국고지원 없이 새롭고 튼튼한 아파트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판교를 건설하면서 또 동탄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사업비로 10조를 투자한다고 쉽게 발표하는 시대에 잠실에서와 같은 성과를 국가가 스스로 달성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조합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라 부조리와 부패가 많다고 했지만, 과연 구청이나 국책사업단이 이를 추진했으면 그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사업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잠실과 유사한 시기에 건설됐지만 간발의 차이로 사업이 지연돼 아직도 오래된 아파트 그대로인 곳이 강남에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이들이 재건축되는 과정에 부조리가 없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 사업 자체가 불필요하게 지연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동일한 지역 내에서도 이미 사업이 완료돼 입주한 단지가 있고, 조합도 결성되지 못한 단지도 있는 것을 보면 재건축의 운명이 사업의 시기를 선택하는 우연적 사정에 달려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법과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 법대로 해도 진행되지 않는 사업이 있다면 그건 법치주의와 잘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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