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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장 사고와 건축법
기사입력 09-11-30 12:19   조회 : 4,329
 
 
사격장 사고와 건축법
 
 
 
지난 주 부산의 한 사격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일본인 관광객 등 다수의 사람들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화재의 원인이 의도적인 테러에 의한 것인지 또는 단순한 화재에 의한 것인지가 아직 밝혀져 있지 않고 그에 따라 업주와 관할행정청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미정인 상태이다. 통상적인 화재사고와 달리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이 손상돼, 외교적 문제까지 포함된 것이 이번 사건의 특징 중의 하나인데, 이로 인해 이례적이라 할 만큼 정부에서 신속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총기를 이용해 사격을 하는 장소에서 벌어진 사고이지만 총기의 오발 등으로 인한 영업법상의 사고라기보다는 건축물 자체의 위험방지와 관련된 사고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영업장을 규율하는 ‘사격 및 사격장단속법’이라는 영업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지적돼야 하지만, 동시에 건물에 대한 위험을 통제하는 건축법이나 소방법의 체계도 다시 점검돼야 한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왕래하는 시장골목의 2층에 그것도 주택단지 인근에 총기를 사용한 사격장이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건축법의 문제라면, 사격장의 내부마감재료나 스프링클러 설치의무 등에 대한 문제는 소방법의 문제일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의 건축물대장을 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사격장에 대한 용도는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고 탁구장과 유사한 500㎡ 미만인 운동시설로 기재돼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근린생활시설로서 탁구장 등 그와 유사한 시설에 사격장처럼 위험한 시설이 포함될 수는 없다. 일단 용도변경을 허용한 구청이 법령해석을 잘못한 것이라 봐야 하는데, 주택가에 허용될 수 없는 사격장을 근린생활시설로서의 운동시설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법이다. 당연히 사격장에 대한 용도변경신청이 있었을 때 행정청이 그 신청을 반려했어야 하고, 허가나 신고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도 사후적으로 사격장 용도로 건축물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감독조치를 내렸어야 했다. 
 

사격 및 사격장단속법도 사격장이 설치될 수 있는 장소를 제한하기 위한 조항을 두고 있지만, 옥내 사격장의 경우에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이나 피난을 위한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채 최소한의 조항만을 두고 있다. 옥내사격장은 옥내골프연습장이나 옥내테니스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위험시설이므로 건축법에 별도의 건축허가요건이 정해져 있어야 하고, 만약 건축법이 이른 미처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면 사격 및 사격장단속법 자체에 이에 대한 최소한의 조항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미 4,5년 전에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지만, 이 사고가 체계적인 법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이미 발생했던 사고가 다시 발생하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아마 이번 사고의 후에도 법령은 합리적으로 개정되지 못할 것이다. 행정안전부나 국토부가 제도적으로 어떤 잘못이 있는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해 국가차원에서나 또는 보험회사에서 민사적으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하나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이웃 국가에 대해 국가원수가 유감의 뜻을 밝혀야 하는 정도의 사고가 있었다면 우연적 사건에 대한 민사적 보상만으로 그 일을 종결시켜서는 안된다. 사고가 발생하게 된 제도적인 이유를 찾아 이를 고치고 그 후에 보상을 하는 것이 순서이고 그래야 그 사과가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진지하게 제도를 점검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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