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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받는 정비관리업자를 위한 요건
기사입력 08-05-08 13:25   조회 : 3,883
 
 
신뢰 받는 정비관리업자를 위한 요건
 
 
 
재건축, 재개발 현장의 사업 초기 단계에서 사업을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끌어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추진위원회가 설립되거나 조합이 인가를 받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구법 하에서 이러한 일의 대부분은 건설사 또는 그들과 출자관계에 있는 이른바 컨설팅 회사들이 주로 하던 작업이었지만, 도시정비법이 제정되면서 건설사의 조기 참가가 제도적으로 차단되고 건설업자와 컨설팅사의 상호출자도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도시정비법은 법의 규제를 받지 않던 컨설팅이라는 직역을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관리업자)로 정하고 등록하도록 했으며, 무등록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까지 마련하였다. 정비관리업자는 심지어 조합의 임원과 마찬가지로 공무원으로 의제되므로 엄격한 법적 통제를 받는 대신 정비사업의 주요한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 받아들여졌다.
 

 이를 통해 구법 하에서 건설사들과 컨설팅사들이 담당하던 정비사업의 초기단계 업무를 모두 정비관리업자가 떠맡게 되었다.
 

 따라서 정비관리업자는 사업초기의 유일한 전문가이며 이들이 현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사실상 사업을 주도해 나가게 된다. 그러나 실제 정비관리업자의 전문성과 준법의식은 법이 기대하는 것과 사뭇 차이를 보인다. 정비관리업 제도 자체가 급조되면서 전문적인 자격증이나 교육제도를 마련하지 못하였고, 또한 등록요건도 매우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시장에서 일정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면 정비관리업자로 등록하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므로 큰 이권이 걸려있는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 정비관리업자에게 매우 양심적으로 행동하거나 스스로 전문성을 키우기를 기대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정비관리업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금의 조달과 관련된 부분에 커다란 공백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법이 정비관리업자에게 요구하는 자본금은 단 하나의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으로도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 정도의 자본금으로 대여섯 개의 사업장에 참가해야 하는 정비관리업자 제도는 이미 자금조달과 관련해서 커다란 허점이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자금지원을 통해서라도 조기에 시공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건설사들이 존재하는 한, 정비관리업자들은 건설사에게 자금을 조달받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금융기관에서 건설사의 보증 없는 대출을 꺼리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강화시킨다. 심지어 시공권만을 알선하고 대가를 챙기고자 하는 정비관리업자(변형된 정비관리업자)들까지 등장하는 현실에 이르면 이 제도의 한계는 더욱 극명해진다.
 

 정비관리업자 제도는 그 도입 자체가 부당한 것은 아니다. 단지 졸속으로 제도화함으로써 제도 도입의 취지에 어긋나게 불필요한 불법을 조장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작동될 뿐이다. 재건축, 재개발의 합리화를 위해 정비관리업자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면 이에 고려되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문자격증 제도를 마련하고 그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제도가 준비되어야 하며, 이는 등록요건의 강화로 이어진다.
 

 둘째 관리업자의 자본금을 현실에 맞게 증액하고, 정비사업 자체를 담보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정교한 금융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른 시점에 이 두 가지의 요청이 충족되면 정비관리업자들은 우리가 신뢰해도 좋은 정비사업의 주도적 직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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