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환지의 무한한 잠재력
종래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나 택지개발촉진법은 택지를 조성하기 위한 근거법으로 활용되었을 뿐 그 지상에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필요했다. 통상 택지개발촉진법 등과 주택법이 하나의 쌍을 이루어 판교나 강남을 개발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택지조성사업이 어디서 멈추는가를 알 수 있다.
도시개발법이 제정된 2000년 이후 도처에서 ‘입체환지’라는 단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도시개발사업이 갖는 택지조성사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입체환지는 종전의 평면환지방식을 뛰어 넘어 토지를 공동주택으로 변환해주는 환지방식을 의미하며, 종전 토지소유자가 새로 건설되는 공동주택을 분양받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입체환지가 제도화되면 기존의 토지소유자나 주택소유자에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확보되므로 주민의 재정착문제, 토지보상비와 대토수요로 인한 지가상승 문제 등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만약 택지를 조성하는 사업자가 택지의 조성과 준공으로 그 역할을 끝내지 않고 입체환지를 통해 공동주택까지 건설·분양할 수 있는 통합절차가 마련된다면 택지개발사업의 수익성과 탄력성은 엄청난 수준이 될 것이라 예측된다.
그러나 환지방식의 택지조성사업에서 입체환지를 실험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 입체환지를 위한 법조항이 미비하다는 점, 택지조성사업의 규모와 주택건설사업의 규모가 상이하다는 점 등에서 입체환지를 현실화하기에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다.
입체환지는 작은 규모로 보면 재개발사업 등에서 이미 토지를 공동주택으로 변환해주는 관리처분방식으로 현실화되어 있다. 그러나 재개발사업의 사업장은 1~2만 평 정도의 규모를 전체적으로 관리처분하는 것이고, 입체환지의 전제가 되는 도시개발사업 등은 최소한 20만평 이상의 규모이다. 따라서 택지조성사업지의 전부가 입체환지 되는 것이 아니고 입체환지 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대부분 택지는 일반분양을 위한 공동주택이 건설되거나 공동주택용지로 제3자에게 매각되어야 한다. 이 각각의 면적에 대해 법령이 섬세한 기준을 정해주지 않으면 입체환지제도는 사실상 기능하기 어렵다.
조합제도에 인색한 도시개발법, 조합제도를 부인하는 택지개발촉진법의 조항들도 역시 입체환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토지소유자에게 아파트를 공급하는 과정은 조합제도로 이해관계인을 끌어들이지 않는 한 심각한 견해대립으로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조합과 주민총회제도는 입체환지가 성공하기 위한 중요한 완충장치이지만 이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입체환지는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므로 주택법 등이 정하는 후분양, 분양권전매제한, 분양가상한제, 소형평형의무비율제도 등을 고스란히 적용받는다. 이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없이 입체환지가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입체환지가 섬세하게 제도화되고 사업에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이 있고 그 난관은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제 존재하는 제도의 허점이나 모순점보다 입체환지를 도입하기 더 어렵게 하는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이다. 기성시가지를 정비해서 택지와 주택을 공급하고자 한다면 입체환지가 가장 적절한 수단이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