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컨테이너박스
6월 항쟁 21주년을 맞아 이순신 장군은 자기 앞에 늘어선 컨테이너 박스를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종로서 설치된 이 흥미로운 시설은 건축법상 건축물 또는 공작물에 해당하고 도시계획시설인 도로위에 설치된 도로의 설치목적(교통소통)에 반하는 시설물이기도 하다. 도심 한복판에서 촛불을 겨냥한 대전차용 바리케이트는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이런 행위를 법학에서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라고 한다.
건축법에서 건축물을 통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유형적 시설물인가, 토지에 정착하는가 하는 점이다. 유형적 시설물은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토지에 정착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상당한 기간 그 장소를 점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자신의 토지상에 컨테이너박스를 들여 놓고자 하는 경우에도 행정청에게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한다.
보통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하는 목적이 주거 또는 업무의 용도로 내부 공간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번 세종로에 설치된 것은 내부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건축물로 허가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축법상으로는 건축물만이 통제대상인 것은 아니고 일정한 공작물은 신고대상이라는 점(동법 제72조), 신고하지 않은 행위는 형사처벌대상이라는 점을 경찰이 알고 있었기를 바란다.
또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은 도시의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정의하고 도시계획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해 강력한 통제조항을 두고 있다. 누군가 도로나 공원을 불법으로 점거해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거나 건축물을 짓는 행위가 엄금되지 않으면 도로와 같은 주요시설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토계획법은 도시계획시설부지에서 건축물 또는 공작물의 설치를 허가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동법 제64조).
이번에 세종로에 설치된 컨테이너 박스는 국토계획법상 도로에 설치하는 것이어서 도로의 유지관리목적에 적합하지 않으면 설치될 수 없는 것이었다. 국민들에 대해서는 엄하게 금지되는 행위를 국가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도 좋다는 이러한 믿음은 법치주의원칙을 공허한 것으로 만든다. 물론 경찰법상의 긴급한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터이지만, 이렇게 유형적인 시설물을 넓은 도로상에 작전을 수행하듯 설치하는 것은 통상적인 법감각에 반한다. 물대포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일회성으로 지나가는 것이지만, 유형적 시설물을 잘못 설치하는 경우에는 시간적·공간적 지속성 때문에 더 큰 반향이 생긴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행위가 시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택한 것이라기 보다는 시위를 막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단을 취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과잉금지원칙이 언급되는 것이다.
그 살벌하던 1987년 6·10항쟁 때도 보지 못하던 시설이 2008년 이순신 장군 밑에 설치되고 이를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보고 있는 많은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숭례문과 경복궁을 잇는 대로에 우환이 그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