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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법제의 백년대계(百年大計)
기사입력 08-11-24 11:25   조회 : 3,955
 
 
건설법제의 백년대계(百年大計)
 
 
 
법과대학의 행정법교수들은 다양한 법들을 한눈에 보기 위해 대법전을 해마다 구입하는데, 한권에 20만원 정도하는 두꺼운 책을 구입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좀 부담스러운 비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전을 사기 위해 기꺼이 돈을 들이는 것은 한권의 책에 대체로 중요한 법률들이 모두 실려 있고, 법령들의 유기적 순서도 참고가 돼 인터넷으로만 법령을 보는 것에 비해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개인적으로 대법전을 사놓고는 해마다 후회를 반복했다. 주로 참고하는 도시정비법, 주택법, 건축법이 수시로 개정돼 전년도 말을 기준으로 출판된 대법전의 조문을 보는 것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1960년대의 후진국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쿠데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건만 나라의 골간이 되는 주요제도가 일년에 수차례 바뀌어 매년 출판되는 대법전이 무의미해진다면 이건 보통일이 아니다. 예컨대 2005년 3월부터 3년간 26번의 도시정비법 개정법률이 통과됐는데, 이는 일년에 9번 정도의 개정이 있어야 가능한 수치이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해 수많은 부동산정책이 나왔고, 그래서 그 개정의 속도가 총알처럼 빠르고 빈도도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게 자주 있었다. 일년에 9번 정도의 개정이 있었다는 것은 누군가 생각이 날 때마다 법을 바꾸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잦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 진행돼 성공됐다면 그건 기적이다.
 
 
대한민국의 건설사들은 워낙 경쟁력이 높아 아마도 여러 단지에서 재건축에 성공했을 것이라 추측되는데, 이런 현장의 건설사들은 법을 기준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정부의 변화하는 기준에 잘 적응하려 노력했을 것이다. 법은 항상 바뀌는 것이므로 국토부의 태도를 사전에 예측해서 사업의 초점을 변경해가는 것이 사업성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성역으로 분류해서 폐지를 언급하는 것도 부담스럽게 생각되던 수많은 항목들이 이번 정부 들어 모두 폐지되거나 대폭 개편되는 것을 보게 된다. 사실 지난 정부가 중요하게 취급하던 그 항목들도 사실은 5년이 넘지 않은 새로운 제도들이 대부분이었고(시공자 선정제한 등), 오래된 제도로 착각되던 것들도 최초 도입된 시점 이후에 오랜 기간 폐지돼 사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많다(분양가 상한제 등).
 
 
그러므로 재건축, 재개발사업에 있어 없어질 수 없는 제도와 없어져도 좋은 제도를 구별하는 기준은 극도로 모호하다. 참여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헌법처럼 개편하기 어려운 부동산 규제를 확립하겠다고 공언(公言)했지만 그 또한 공언(空言)에 불과했다.
 

법학의 영역에서 ‘정의로운 것’과 유일하게 경합하는 덕목이 바로 ‘법적 안정성’인데, 법과 제도가 안정적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고 국민들이 그 제도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의 핵심이다. 아무리 정의로운 법도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 정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오랜 시절을 겪어 온 법학의 지혜이다.
현재의 정부는 법적 안정성이 없어진 부동산 시장에서 정의로운 입법과 그 법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법학자로서는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우선하라고 조언하고 싶지만, 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정책당국자들의 조바심은 오로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지난 정부를 극복하는 길은 더 빨리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긴 교육도 3년대계인 시절에 건설법제의 백년대계를 논하는 것이 정부에게 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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