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공사와 착공신고
얼마 전 강남의 한 백화점이 철거 도중 붕괴됐고 이 사고로 고층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와 건설장비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각 신문들에서는 이 공사를 재건축이라고도 부르고 재개발이라도 불렀지만, 이는 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이고 개별 건축물을 헐고 다시 짓는 행위는 개축이라 하는 것이 옳다. 백화점을 헐고 다시 짓는 현장은 도시정비법으로 규율되는 것이 아니라 건축법에 의한 개축허가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신문기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건축물을 철거한 이유가 단순히 철거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건축물을 짓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공사현장에는 이미 건축(개축)허가가 발급됐다는 의미인데, 과연 개축허가 속에 건축물의 철거공사허가까지 포함된 것인지 아니면 철거행위는 이와 분리돼 별도로 통제되는 것인지 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만약 전자라면 건축허가를 내 준 행정청이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허가를 내준 것이거나 철거공사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므로 부분적인 책임이라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축법과 국토계획법은 건축물의 건축행위 즉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건축물을 없애는 행위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건축법에 건축물을 철거하는 행위를 건축행위와 전혀 차원이 다른 것으로 보고 단순하게 철거 전 일정한 기간내에 신고하면 충분한 것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사전에 신고하지 않아도 경미한 과태료만이 정해져 있을 뿐이어서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건축행위에 2,3년의 징역형을 예정하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건축법이 건축물의 철거행위에 무관심한 것은 전통적으로 건축물이 소규모이고 따라서 이를 철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서 마치 오래 사용하던 가구를 버리는 것처럼 크게 위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도시에서 이뤄지는 철거는 단순히 철거만을 위한 공사의 경우에도 5, 6층이 넘는 고층 건물의 철거가 적지 않아, 철거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을 막기 위한 허가제도의 도입이 심각하게 고려돼야 한다.
물론 건설업면허에 관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구조물을 해체하는 공사에 대해 건설업면허를 받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건축물의 철거에 대한 규제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이미 언급한 공사현장의 붕괴사고도 면허제도만으로 이를 통제하기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축법이 건축물의 철거에 대해 별도로 규율하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건축물의 철거가 개축을 위한 전제인 경우가 많아, 개축허가와 착공신고를 통해 철거 중의 위험상황이 통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개축허가는 신축공사 및 철거공사를 포함하는 것이며, 개축공사의 착공신고는 건축물의 철거공사 이전에 이뤄지도록 해석하는 것이 옳다. 재개발, 재건축현장의 철거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주택 등의 철거행위는 착공신고 이후에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건축법상 개축보다 철거행위에 대한 공법적 통제의 필요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건축물을 건축하기 위한 허가 속에 기존 건축물의 철거공사의 허가가 포함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현행법상 철거로 인한 위험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