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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제한구역에 임대주택을?
기사입력 09-03-20 18:47   조회 : 4,687
 
 
개발제한구역에 임대주택을?
 
 
 
1970년대 서울과 대도시 주변에 박정희 대통령이 그려 놓은 도너츠 모양의 녹지를 법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이라 부르는데 토지소유자들의 개발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시켜 놓은 곳이다. 지금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주변에 남한 토지면적의  5% 가까운 토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부동산 가격상승이 부의 원천이 되는 나라에서 대도시에 인접한 자신의 토지를 40년 가까이 개발할 수 없었던 토지소유자들과 그 후손들이 받았을 손실과 박탈감은 형용하기조차 어렵다.
 

개발제한구역은 원래 1970년대 도시계획법(현행 국토계획법)에 ‘개발제한제 도시계획’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지정되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 개발제한제 도시계획은 매우 낯선 종류의 도시계획이었다. 그 때까지 도시계획법이 정하고 있던 유일한 도시계획은 기성의 시가지를 주거, 상업, 공업, 녹지의 네가지 용도지역으로 나누어 정하던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이었다.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이 규율하는 통상적인 시가지에서는 용도지역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나 크기 등이 다를 뿐, 건축물의 신축이 허용된다는 점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970년대 이래 대법원이 건축허가는 기속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용도지역제 도시계획이 수립돼 있는 도시 내부에서는 토지소유자가 원하면 건물의 신축이 언제나 가능했다. 건축허가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건축물을 신축하기 위해 임야나 전, 답 등을 대지로 조성하는 행위도 토지형질변경허가를 통해 이뤄졌다. 1970년대 이후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도시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전답과 임야가 대지로 전환됐는가를 되돌아보면 대지조성행위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토지상에 새롭게 건물을 짓는 행위도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건물을 짓기 위해 임야 등을 대지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유인이 전무했다. 그 동안 토지소유자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자신의 사유지를 묶고 있는 국가의 조치에 대해 손해배상, 손실보상 소송을 수없이 제기했고 일부의 주장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2000년 도시계획법으로부터 분리된 개발제한구역법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수용하기 위한 입법이었다. 그러나 그 제도개편은 아주 극소수의 토지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제도의 골격은 1970년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일각에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서 국민임대주택이나 서민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가 40년간 개발제한구역 토지소유자들에게 개발행위를 금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그 토지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너무 즉흥적인 아이디어일 뿐이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과 토지소유권의 제한이 우리 헌법에 부합하는 것이려면 도시의 균형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의 유지가 불가피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임대아파트를 짓기 위한 정도의 목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지난 기간 토지소유자들에게 개발행위를 엄금하던 그 명분은 모두 빛을 잃게 되는 것이다. 현재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은 토지를 점진적으로 매수해서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는 일이다. 이런 의무는 게을리 한 채 임대아파트를 짓겠다고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행위는 토지소유자들의 희생에 대한 모욕이며, 헌법정신에도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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