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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결의에 대한 민사법원의 시대착오
기사입력 08-04-08 18:16   조회 : 4,111
 
 
재건축결의에 대한 민사법원의 시대착오
 
 
 
재건축, 재개발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해 관계자들은 최근 쏟아져 나오는 법원의 판결을 보면서 자신이 무식해서 그런 것인지, 법원의 판사들이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을 느낀다. 재건축, 재개발을 통합한 도시정비법이 제정된 후에도 여전히 구법시대의 논리로 일관하는 민사 법원들이 현행법과 맞지 않는 모르쇠 판결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재건축사업도 구역 지정을 하고 조합설립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조합설립에 의문이 있으면 조합에 대한 행정소송으로 그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현행법의 취지에 맞지만, 조합설립무효, 재건축결의무효 등 민사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조합설립 인가 취소소송은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지만, 민사소송은 제소 기간의 제한이 없어 언제까지나 다툴 수 있다. 즉 재건축 현장의 법적 불안감이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가 받은 조합이 버젓이 활동하고 관리처분까지 모두 끝나도 1심, 2심 법원은 이에 개의치 않고 무효확인 판결을 손쉽게 내린다. 행정청의 조합승인 행위가 재건축사업의 성패의 가장 중요한 관건임에도, 행정청을 빼놓고 당사자들끼리 무효를 확인하는 민사소송의 판결은, 조합을 승인한 행정청의 처분과도 모순될 뿐 아니라, 당사자가 아닌 행정청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못한다. 대법원도 조합설립인가를 강학상 인가로 보아 소송을 각하시키고 있으므로 이러한 혼란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비사업의 각 단계를 도시정비법이 정해 놓고 그 절차에 별도의 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민사적 관계와 행정법적 관계가 불일치되면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지, 결함을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또 도시정비법은 정비조합에서 합의할 사항과 관리처분 단계에서 정할 사항을 각각 별도로 나누고 있으며, 실제로 현행법상 정비조합이 설립되는 단계에서 조합원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직 사업시행 계획도 정해지지 않아 공사비를 산정하기 어렵고,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도 잘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재건축결의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던 종래의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고, 특히 조합원의 비용부담에 관한 상세한 사항을 정하지 않은 재건축결의(조합설립동의)가 무효라는 법원의 입장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현행법상 비용분담에 관한 불만은 관리처분계획의 취소 소송으로 다투어도 충분한 것이지만, 구법에 익숙한 민사법원이 현행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촌극이다. 재건축결의에서 조합원에 대한 평형배정의 기준도 다 정해져야 한다는 민사법원의 최근판결까지 접하고 나면 실제 우리 법원이 도시정비법의 적용을 원하는 것인지 그 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행정소송(취소소송)으로 다투어야 할 문제에 대해 무한정 민사소송을 허용하면 서로 모순되는 행정처분과 판결이 공존하게 된다. 행정청에 의해 인가된 조합과 사업시행인가는 여전히 유효하고, 재건축결의는 무효이면 재건축을 하라는 것인가 말라는 것인가? 법원이 이에 답하지 않으면서 무효판결을 선고한다면 그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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