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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에서 오피스텔까지
기사입력 08-07-15 11:31   조회 : 5,592
 
 
하숙집에서 오피스텔까지
 
 
 
예전에 대학근처에서 학생들을 위해 제공되던 하숙집은 작은 사건사고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하숙집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심과 음식솜씨는 하숙집의 구조나 형태보다 하숙생들의 일상에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 당시 이렇게 일반화돼 있던 하숙집은 건축법상 단독주택이었고, 하숙을 놓으면서 하숙집에서 숙박업허가나 식당영업허가 같은 것을 받지도 않았다. 단지 시골에서 올라온 조카에게 방을 내주고 밥을 먹여주던 방식에서 한걸음 정도 더 나아가, 하숙생들에게 하숙비를 조금 받았을 뿐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오늘날 대학가 근처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1인 주거형태는 다양한 건물종류로 분산됐고, 명칭도 다양해졌다. 원룸, 고시원, 기숙사, 오피스텔, 다가구 등 독신자나 신혼부부들이 겨우 살만한 크기의 주거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건축법은 이들을 정확하게 식별해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물의 용도를 정하는 건축법이 사실상 발생하는 사회적 수요와 시민들의 건물사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예컨대 고시촌으로 유명한 신림동의 고시원들은 건축법상 아직 정확한 용도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하숙집이, 또 한편으로는 독서실이 변화하면서 대학가의 고시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간판도 버젓이 고시원으로 달고 있지만 이들은 주택이거나 또는 근린생활시설이다. 건축주의 선택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여서 같은 고시원이라도 건축물대장을 봐야 단독주택인지, 독서실인지, 학원인지 알 수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독신자들이 하나의 방에서 산다는 의미에서 거주공간을 원룸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우선 원룸이라는 개념도 법에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방을 구하는 입장에서 방 한 칸이 갖추어진 자취용 숙소를 아파트와 구별해서 원룸이라 할 뿐 그 건축물의 용도는 제각기 다르다.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에서, 다가구주택이 변형된 것, 고시원, 기숙사 등 건축법상 별도의 용도분류 항목에 편입되는 건축물들이 모여 동일한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의미의 원룸은 단순히 대학가의 학생들만을 위한 주거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널리 독신자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채택하는 주거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고시원이라는 건물이 일반화되기 시작한지 20년이 넘고, 오피스텔이 건축법에 등장한 것도 역시 20년에 가깝다(1988년 건축법시행령 부표 제11항2호). 고시원은 건축법상 정확한 용도도 없이 방치돼 각 구획의 독립정도가 불규칙하며 방재기준도 각각 다르다. 원룸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많은 인명이 상하는 것도 이런 제도적 허점과 밀접히 관련된다. 오피스텔이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돼 주택법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지만, 정부는 오피스텔이 여전히 사무실(업무시설)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상의 용도는 형식보다는 실질에 의존해 정하는 것이 옳다. 시장에서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구하는 경우와 주거로 구하는 경우 중 어떤 것이 일반적인가를 생각해보면 현행 제도의 허점이 잘 드러난다.
 
 
건축법이 원룸의 용도를 분류하고 정확하게 통제하지 못하면, 개발사업에서 수분양권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다. 원룸 속에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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