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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법률개정
기사입력 08-09-09 11:06   조회 : 4,021
 
 
재건축과 법률개정
 
 
 
지난달 29일 정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을 대폭 개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2003년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고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됐던 재건축 시공자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앞당기고, 안전진단도 구역지정절차와 통합해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 재건축제도의 골간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또 개정안은 조합원지위의 이전을 금지하던 제도를 폐지하고, 공기업이 시행하는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주민대표회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정비법의 제정목표는 재건축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규제의 선을 넘어 금지에 이른 것이었다고 평가되는 것이 옳았다. 이번 도시정비법의 개정안은 재건축을 사실상 금지시키고자 했던 대표적인 제도들을 상당부분 정상화한 것이며 이를 통해 재건축시장이 합리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돌이켜보면 재건축에서 시공자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정해 놓고 형사처벌조항을 마련했던 것은 모든 건설사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과도한 제도였다. 실제로 건설사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사업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라는 것은 사실 재건축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재건축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건설사들은 공식적으로 시공자가 되기 이전 단계에서도 조합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재재발사업은 건설사가 조기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지만, 재건축사업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옳지 않았으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 잡은 것이다.
 

안전진단의 경우에도 구역지정 제도가 도입된 이상 구역을 지정할 때 같이 고려해야 하는 하나의 요소였을 뿐이지만, 종래의 도시정비법은 안전진단제도를 별도의 규제수단으로 정해 놓고 다시 한 번 재건축을 제한할 수 있는 절차로 활용했다. 행정청이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구역을 지정한 후 안전진단을 통해 재건축을 할 수 없다고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일이다. 그 정도 판단도 하지 않고 구역을 지정한다면 그것은 행정주체로서 최소한의 도리도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조합설립인가가 있은 후 조합원지위를 이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그 제도 자체로서는 객관적일 수 있다. 단기간에 진행되는 개발사업에서 조합원이 자꾸 바뀌면 사업의 안정성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재건축사업의 기간이 7, 8년 이상으로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포기됐던 상황을 고려하면 제도의 취지가 달라질 수 있다. 조합원지위 이전금지 제도가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서 조합을 만든 자들에 대한 일종의 징계조치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도시정비법이 강남의 재건축을 막기 위해 마련했던 과도한 조항들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상당히 수정됐을 뿐 아니라 또 주민대표회의, 도시환경정비사업 등 종래 불분명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개정작업도 있었다. 새롭게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오류는 이른 시점에 다시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재건축이 합리적으로 규제돼야 한다는 것은 아직도 유효한 원칙이지만, 여러 제도를 엮어 재건축을 교묘하게 금지하는 것은 법의 일반원칙에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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