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기반시설의 무상양도와 매각
보통 기성시가지에 존재하는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은 행정주체가 자신의 비용으로 설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도시민 모두에게 필요하고 도시기능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시장에 맡겨두면 아무도 설치하지 않는 시설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시민들은 보통 도로를 사용하거나 공원을 이용하기만 할 뿐 그러한 시설을 누가 누구의 비용으로 설치하는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도시정비법에 의해 시행되는 재건축, 재개발사업 등 개발사업은 주택을 짓기 위한 것이 통상적이므로 주택의 건설과정에서 장차 거주하게 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기반시설의 설치가 의무화된다.
다만 그 의무를 행정청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를 보인다. 기반시설의 설치문제에 대해 평소 무관심하던 시민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조합의 구성원이 되면 자신들의 돈을 들여 폐지되는 공원부지를 사고 또 새롭게 돈을 들여 공원을 조성해 행정청에 기부채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정비사업에 있어 사업대상지에 포함된 기반시설은 사업의 시행으로 위치가 바뀌게 되므로 공용폐지돼 조합에게 넘겨져야 한다.
이 때 행정청이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또는 조합이 유상으로 매입해야 하는 범위가 정해지는데, 조합은 기반시설을 최대한 무상으로 양도받으려 하는 반면, 행정청은 이를 가급적 비싼 가격에 매각하려고 노력한다.
사업장에 따라 기반시설의 가격이 50억, 60억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으므로 정비사업에 있어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는가는 사업의 수익성 또는 심지어 성패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성시가지에서 기반시설을 행정주체가 설치한다고 하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었으며 특히 이미 재건축 또는 재개발대상지로 선정된 지역의 연혁을 돌아보면 그 지역의 기반시설의 설치비용 중 상당수는 그 인근의 토지소유자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주택단지를 개발한 개발사업자가 대상지의 20% 가량을 놀이터나 도로로 기부채납한 지역이거나 주택단지의 조성비에 이미 인근도로, 공원의 건설비가 포함돼 주택이 매각됐던 강남의 아파트단지들도 크게 보면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그러므로 도시정비법은 주택가의 정비사업에 있어 폐지되는 기반시설은 새롭게 설치되는 기반시설의 범위내에서 무상으로 양도하도록 행정청에게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에도 불구하고 행정청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폐지되는 기반시설의 전부를 유상으로 매입하도록 하거나 일부만을 무상으로 넘겨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얼마전 문제가 됐던 ‘기능대체성’의 문제도 공원이 폐지되고 공원이 건설되면 그 한도에서 무상으로 양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유상으로 매입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미있는 논리였다.
최근 입법예고된 도시정비법은 기반시설의 설치로 인센티브를 받은 경우 행정청이 기반시설을 무상양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선 무상양도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정비사업을 수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법개정 취지와 잘 맞지 않고, 이로 인해 기반시설이 새롭게 설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사실상 더 좁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도개편은 매우 유감스럽다.
폐지되는 기반시설이 기존 토지소유자의 기부채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그들에게 되팔아 행정청이 수익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도덕감각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