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의 주범
9월에 접어들면서 드디어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됐다. 올해 초 무지와 혼란으로 대표되는 국회에서 사학법과 연동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된 결과이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써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시장에 강력한 고삐를 채웠음에 만족하고 일반 서민들도 이제 더 이상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30년이 넘도록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과정을 곰곰이 짚어 보면 과연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가격의 상승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중장기적 대책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더구나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90년대까지 상당한 기간 시행했던 제도이므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대단히 획기적인 제도도 아니다. 지금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도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1970년대 정부는 주택의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주택건설촉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공공부분의 주택공급을 포기하다시피하고 주택공급의 주된 원천을 민간에 의존시키는 법률이었다. 이에 따라 건설업면허가 없어도 동법에 의해 등록만하면 아파트건설에 참여할 수 있었고, 선분양·융자 등 여러 면에서 혜택을 보장받았다. 이렇게 공급된 아파트는 부족한 주거수요에 충당됐고 30년간 주택보급률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시장에 의한 자발적 주택공급과 주택수요에 의존하는 제도는 ‘주택가격의 상승’ 이라는 전제가 없이는 작동될 수 없는 것이었다. 주택가격이 상승된다는 믿음이 없으면 주택이 잘 팔리지 않고 특히 선분양시장에서 주택수요는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기대 그 자체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건설촉진법이 시행되는 30년간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주택가격의 상승은 불가피한 것이었고, 이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3년 주택건설촉진법을 폐지하고 주택법을 제정하면서 주택건설을 촉진하는 정책을 폐기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표현과 달리 주택법은 주택의 공급을 민간에 의존시킨다는 구법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이 작동하기 위해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주택법이 제정돼 시행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지난 30여년간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제도적인 문제이다. 또한 큰 틀에서 보면 분양가상한제도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하고 있는 주택법상의 제도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가격의 상승을 부추기는 일부 세력의 투기의욕을 꺾기 위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주택가격의 상승을 요청하는 것은 주택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만약 주택가격의 상승을 막고자 진심으로 원한다면 민간에 의한 주택공급에만 의존하는 주택법의 기본골격을 수정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30년간 시행해 온 주택건설촉진법을 폐지하고 30년 전의 입법수준에도 못 미치는 주택법을 졸속으로 만들었음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