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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건물 불가론?
기사입력 07-10-10 18:18   조회 : 4,226
 
 
초고층건물 불가론?
 
 
 
지금은 50층을 넘나드는 주상복합들이 지천이므로 이제 100층은 넘어야 초고층건물이라 이름이 붙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3, 4층이면 고층건물이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10층만 돼도 초고층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초고층건물이라는 개념은 시대에 의존하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경제적, 기술적인 측면에 강하게 의존한다. 따라서 초고층건물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각각 그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초고층의 개념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다.
 
 
1980년대 63빌딩이 건설되면서 우리나라도 초고층건물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그 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초고층건물은 어찌된 일인지 매우 은밀한 논의의 대상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63빌딩 이후 이렇다 할 초고층건물은 출현하지 않아, 외형상 초고층건물 반대론자들이 우세를 점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렇게까지 위력적인 것은 아니어서, 이들만에 의해 지금까지 초고층건물이 건설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것은 상황을 조금 과장하는 것이다.
 
 
초고층건물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초고층불가론 내지 반대론은 다양한 갈래를 가지고 있다. 초고층건물을 사회악으로 보고, 절대 불허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견해로부터, 도시 스카이라인을 보존하기 위해 반대하거나 교통적 측면, 위험성 측면 등을 부각시키는 등 다양한 견해와 논거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선 법률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공동체가 아직 초고층건물의 허·불허에 대해 특별한 결정을 내린 바는 없다. 따라서 초고층건물을 반대하는 일부의 견해처럼 초고층건물이 절대 불허의 대상이라는 주장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도 특별한 근거가 없으려니와 왜 60층은 되고 100층은 안되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또 초고층건물이 이미 다수 건축돼 있는 미국 등 각국이 우리에 비해 건축문화가 매우 뒤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초고층건물을 반대하는 유력한 논거 중의 하나는 스카이라인(경관) 손상이다. 그러나 경관손상을 방지하는 것은 우리가 법과 제도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하나의 요소일 뿐이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사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 한강을 넘어서면 남산을 볼 수 있게 하고 남대문에 접근하면 북한산을 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유일한 목표일 수는 없을 터이다.
 
 
초고층건물이 유발하는 교통문제는 진지하게 검토돼야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것이다. 한 건물에 4, 5만이 넘는 사람이 상근하고 이들과 연결되는 교통이 건물로 이어지면 건물 근처의 교통난 가중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미 30년 전 5천세대가 넘는 잠실주공 아파트가 동시에 여러 단지 모여 건설되고, 가락시영에 8천세대를 넘는 단지가 허용된 것과 비교하면 그리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초고층건물은 또 9·11테러에서 보듯이 대재앙의 잠재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테러의 경우까지 대비하자는 주장은 약간 과한 것이지만, 화재·지진·태풍·해일 등으로 건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 5만에 가까운 인명이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모두 진지하게 걱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 또한 충분히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허가요건을 섬세하게 배려하면서 극복해야 할 문제일 뿐 초고층을 불허하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 초고층건물의 등장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반대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고층건물에 대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초고층건물이 허용되는지 아니면 불허되는 것인지, 불허된다면 왜 그런지 이런 문제들을 정하고 있는 법조항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고층건물을 짓고자 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디선가 매우 강력한 반대론이 제기될 것이고, 그에 의해 사업이 좌절될지 모른다는 부담만 질뿐 사업의 장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장치 내지는 법적 절차를 찾을 수 없다. 이런 점 때문에 초고층건물 사업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흥정과 협상에 주로 의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은밀하고 기습적인 행태를 보인다.
 
 
현행 건축법은 원칙적으로 한필지에서 단독주택 등을 짓는 것을 전제로 마련된 법률이고, 때문에 스타타워나 롯데월드 같은 건축물의 건축허가를 담당하기에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를 위해서는 이미 주택법이 별도로 제정돼 있는 것과 같이 초고층건물을 위해 별도의 법률이 제정되거나 최소한 건축법 속에 몇 개의 근거조문이 별도로 마련돼야 한다. 초고층건물은 기능을 잃어가는 서울 강북이나 광역시의 중심지를 재정비할 때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물론 현행법만에 의해 초고층건물이 허용되는 경우 초래될 수 있는 교통난, 재난의 위험 등 각종의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도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은 필요하다.
 
 
초고층건물은 사회적으로 해롭거나 불가한 것이 아니라 섬세한 제도적 배려로 통제돼야 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적극적이건 소극적이건 법과 제도가 사회변화나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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