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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와 도시재생
기사입력 08-02-13 09:51   조회 : 4,535
 
 
달동네와 도시재생
 
 
 
한국전쟁 이후 도시화, 산업화의 물결을 타고 대도시로 새롭게 전입한 농촌가구들은 경제 형편상 정상적으로 택지를 확보할 길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방치돼 있던 민둥산 자락에 무허가 판자집들이 들어섰고 그 부지는 대부분 국공유지였다. 이렇게 언덕에 형성된 불량정착촌은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달동네’라는 애칭을 얻는데, 달이 뜨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자조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 후 대도시에 존재하던 달동네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화되는데, 우선 길목이 좋은 지역은 모두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서울의 양동, 목동, 사당동, 상계동, 난곡은 지역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달동네가 헐리고 철거민들이 이전해갔던 역사이기도 하다. 그 궤적은 서울의 행정구역을 넘어 경기도 안양, 성남으로 이어지는데, 이런 유형에서는 재개발사업이 대상지역을 정비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서울이나 일부 대도시처럼 성장의 여력이 쉴 새 없이 분출되지 않으면, 달동네의 운명도 달라진다. 처음부터 버려져 있던 지역에 불량정착촌이 형성되는 것을 감안하면 달동네를 개발할 이익이 생기는 것 자체가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이다. 서울과 일부 대도시에서 이루어졌던 달동네의 적극적 정비는 개발이익이 남는 예외적인 경우였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경기도와 부산에서도 이미 오랜 기간 방치된 달동네가 상당수이고, 일반적인 중소도시로 내려가면 개발가능성이 전혀 없는 달동네가 수도 없이 널려 있다.
 

이러한 지역은 개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민간건설자본이 참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당연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부문이 도시재생의 차원에서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유형에서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주로 주택공사가 그 책임을 맡아 왔다. 그러나 워낙 개발이익과 관련이 없는 공익사업이라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예산도 충분하지 않아 소수의 달동네만이 혜택을 받을 뿐 전국에 걸친 적극적 사업은 아직도 요원한 형편이다. 
 

재개발사업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달동네는 균형발전에 대한 국가의 일차적 책임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자구노력을 전제로 새로운 도시재생의 주요 목표가 돼야 한다. 이미 1단계(1989-2002)와 2단계(2003-2009)사업은 국가예산이 배정돼 진행되고 있지만, 다음 단계의 사업을 전향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하지 않으면 지방도시에서 도시재생은 사실상 불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도시재생’이라는 슬로건이 단순히 개발이익을 전제로 한 서울과 대도시의 개발사업으로 편향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
 

법제상으로 개발이익을 전제로 민간자본이 참가하는 재건축, 재개발사업과 동일한 제도의 틀로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개발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고, 거주민들의 복지적 요소가 더 강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서 재개발사업과 본질을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동네들을 정비하고 저소득층에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할 책임은 국가와 우리 공동체에 있다. 그곳에 마을이 재건되는 것, 그리고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 속에서도 다음 세대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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