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처음 10년 도시재생의 제도변화
어떤 이는 2000년에 21세기가 시작됐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2001년에 21세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앞으로 1년여가 또 지나면 21세기에 진입하고 십년이 됐는지에 대해 또 설왕설래 할 것이다. 2000년에 대학에서는 그 당시 매우 어색하게 들리던 00학번이 입학했는데, 내년에 그들을 학년으로 환산하면 9학년이 된다.
1990년대로 표시된 날짜를 보면 이미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지지 시작할 만큼 21세기가 시작되고 10년 가까운 세월이 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8~9년간 기성시가지를 다시 살리기 위한 개념으로서 도시재생이라는 화두는 이론과 실무, 법제 모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변화를 경험했다. 재건축, 재개발이나 뉴타운 사업과 같은 개발사업의 명칭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에게 매우 익숙해졌다는 것이 어쩌면 그 변화의 핵심일 수 있다.
그 만큼 제도가 많이 개편됐고 변화된 제도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인식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는 의미인데, 이는 한국사회의 법치주의의 수준이 향상됐고 또 앞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법치주의는 법과 제도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해를 전제로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신도시의 건설과 달리 기성시가지를 정비하는 사업은 다양한 근거 법령과 다양한 절차로 진행된다. 기성시가지의 낙후정도나 수익성 등에 따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의 폭이 넓게 펼쳐 있기 때문이다. 기성시가지를 재생하기 위한 방법으로 우리 귀에 가장 익숙한 것은 재건축이나 재개발인데, 이들은 도시정비법에 의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동법에 의한 정비사업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이외에도 주거환경개선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이 포함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참여정부 들어 재건축을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합하는 도시정비법이 제정됐다.
이 법률의 제정에 의해 재건축만 규제된 것이 아니고 재개발도 상당한 정도 타격을 입었지만,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상상외로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어 건설업자들이 기피하던 재개발사업이 90년대에 비해 활발하게 진행됐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해 시도했던 각종의 규제는 강북지역의 재건축, 지방의 재건축, 일반적 재개발에 모두 규제적 요소로 작동해서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은 이 시기에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도시정비법 및 그와 연동된 각종의 규제들은 차분하게 체계에 맞추어 설계된 것이 아니므로 그것이 비록 법제화돼 있다고 해도 오랜 기간을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재건축을 정점으로 구축돼 있는 각종의 과도한 제한조치들은 시공자선정시기 제한을 필두로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시에서 시작된 뉴타운사업은 법적 사업이라기보다는 정책적 사업 또는 정치적 사업으로서의 성격이 더 강했다. 그 압력으로 재정비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이 법률에 의한 촉진지구와 촉진사업은 사실상 진행되던 뉴타운사업을 법제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2005년 말에 제정돼 2006. 7월부터 시행된 재정비특별법과 그에 의한 촉진사업은 넓은 사업면적을 특징으로 하는 광역적 개발사업이다. 그러나 법률이 제정되고는 2년, 시행되고는 1년 반이 다 지나가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기성시가지의 광역적 개발사업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법률이 촉진사업을 위한 효율적 수단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타운을 시작했던 서울시가 수많은 뉴타운지구 중에서 예외적인 일부에 대해서만 재정비특별법에 의한 촉진사업을 진행할 만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재정비특별법의 문제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만약 이른 기간 내에 재정비특별법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편 방안을 강구하지 못하면 이미 전국적으로 지정된 촉진지구의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촉진지구로 지정되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거나 각종의 건축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2003년 말에는 주택건설촉진법이 폐지되고 주택법이 제정됐다. 이에 의해 주택의 공급보다는 삶의 질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지만, 2007년 들어서도 주택법은 여전히 분양가상한제, 분양권전매제한 등 주택공급과 관련된 제도로 기능할 뿐이다. 주택법에 마련된 분양가상한제 등은 재건축, 재개발, 촉진사업 모두에게 막강한 영향을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들은 개발사업의 결과 추가로 발생하는 일반 분양분의 공급을 통제하게 되므로 개발사업의 성패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주택법에 의한 각종 공급통제정책은 주택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발사업 전반에 대한 규제로서도 기능하므로 제도마련에 신중해야 했다.
21세기 처음으로 맞고 또 지나가고 있는 10년에 제도와 관련해서 우리는 의외로 많은 성과를 얻었다. 새롭게 도입한 무형의 제도를 운영해보고, 각종 반발을 겪어 보았으며 또 소송을 통해 검증도 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다음 10년을 새롭게 맞기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