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지역과 도시계획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국토의 25%에 이르는 준농림지역을 개발가능지로 정하는 내용의 국토이용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구성에 간여했던 일부 학자들의 제안에 따라 ‘규제완화’라는 단어가 정부의 슬로건으로 채택되었고, 국토의 개발에 대해서도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가 10년 넘게 이어졌다. 그 결과 도시 인근의 준농림지역에서 카페, 음식점, 숙박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대법원도 ‘건축허가는 기속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준농림지역의 난개발에 일조했다.
국토이용관리법은 원칙적으로 준농림지역에서 각종 개발행위를 할 수 있도록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대통령령이 금지하는 행위만을 못하도록 했다(제15조제1항). 법률의 위임을 받은 대통령령은 예컨대 3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등을 열거하고,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조문을 반대해석하면 299세대까지의 아파트는 허용되는 것이므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논바닥 아파트가 바로 이 조항의 산물이다. 대통령령에 음식점이나 숙박시설에 대한 언급이 최초로 이루어진 것은 1995년 10월이었다. 그나마 완결적으로 시설들을 금지한 것이 아니고 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지역에서 자치단체의 조례가 금지하도록 조례에 책임을 돌리고 있었다. 조례가 제정되지 않으면 숙박시설 등이 금지될 수 없었고, 조례가 제정된 후라도 조례에 근거해 금지되는 지역이 설정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도시를 벗어나면 어디서나 러브호텔을 볼 수 있게 된 지금의 현실에 비춰, 조례제정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을까를 짐작해 볼 수 있다.
2000년대 접어들어 준농림지역이 난개발의 주범으로 몰리자, 정부는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을 통합하면서 준농림지역이라는 용어를 없애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전국의 25%에 이르는 땅이 어디로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름을 바꾸면 최소한 준농림지역에 대한 낙인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여론과 국민을 잠깐 속이는 것인데, 속이는 김에 반대말에 가까운 ‘관리지역’이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관리지역이라는 용어는 마치 개발제한구역처럼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지역이어서 이제 더 이상 난개발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2003년 준농림지역이 관리지역으로 바뀐 후 관리지역에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어려워졌다거나 숙박시설을 짓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단지 난개발의 주범으로 난타 당하던 정부 담당부서가 정치적 비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관리지역이라는 단어로 바뀌어서 얻은 것이 없지만, 치룬 대가는 조금 있다. 원래 도시계획은 도시를 계획하기 위한 지도(地圖)로 시가지에만 있는 것이지만, 법률이 잘못 통합되면서 관리지역도 용도지역의 일종으로 정해졌고, 관리지역 전체에도 도시계획이 있다고 정해졌다. 도시가 아닌 농지나 산에 도시계획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법학을 전공한 사람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법률이 체계를 잃으면 국민들도 이해하기 어렵고 법이 집행되기도 어렵다. 사실은 정부 담당부서의 공무원도 왜 관리지역에 있는 논이나 산위에 도시를 계획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도시 외곽에는 도시계획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굳이 설명해야 하고, 그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드는 한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