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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의 동의(同意)에 대한 평가척도
기사입력 11-06-09 12:39   조회 : 4,553
 
 
 정비사업의 동의(同意)에 대한 평가척도
 
 
 
재건축, 재개발사업과 관련된 각종 분쟁은 꾸준히 법원의 판결을 양산해 왔으며, 이를 통해 대법원은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각종 법리들을 선언하고 발전시켜 왔다. 구법시대 재개발사업은 대부분의 분쟁이 수용재결이나 관리처분계획 취소소송으로 집중된 반면, 재건축사업은 매도청구소송이나 조합설립무효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이 주를 이뤘다. 도시정비법으로 통합되면서 두 사업이 유사한 구조를 공유하게 됐으므로, 재개발의 취소소송과 재건축의 민사소송은 하나로 정리될 개연성도 높아졌다.

우연히 법률제정 초기 법원에는 강남의 재건축과열로 인한 사건들이 많이 제기됐는데, 민사소송으로 제기된 사건들에 대해 법원은 자연스럽게 응답하게 됐다. 이렇게 민사판결이 많이 누적되자 종래 행정소송에 국한해 소송이 제기되던 재개발이나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도 제소기간의 제한이 없는 민사소송으로 분쟁의 중심이 옮겨 가기 시작했다. 도시재개발법이 정해 놓은 절차를 기본으로 해서 재건축사업을 포섭한 도시정
비법의 구조를 감안하면 이런 분쟁의 중심이동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법률의 구조가 도시재개발법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행정소송이 일반적인 분쟁해결의 방법이 될 것이라 보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법원은 2009년 가을에 정비사업의 주요 분쟁을 행정소송으로 하도록 입장을 바꾸었고 그 후 과도하게 늘어났던 민사사건의 수는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종래 민사소송으로 다루어지던 분쟁을 행정소송으로 옮기게 되면 민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던 소유자의 동의는 그 의미와 가치가 달라진다. 민사소송에서 일정한 법률관계를 다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관계에 대한 당사자간의 합의이고, 그 합의가 유효하지 않으면 법률관계가 무효가 된다. 그러므로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절대적인 것이고 법원에서 중시하는 것도 역시 개개인의 의사가 된다. 이에 반해 행정소송에서 주된 다툼의 대상은 처분의 위법성이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처분의 요건을 구성하는 것으로 변화된다.

정비사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인의 권리의무를 묶어 오랜 기간 진행되는 사업이며, 사업의 첫 지점부터 마지막 지점까지 각종 권리의무의 변환이 복잡하게 진행된다. 이러한 사업은 토지소유권의 변환방식, 조합가입방식, 처분에 대한 의존도 등과 관련해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탱해주는 다양한 사업구조에 의존하게 된다. 사업의 구조는 ‘처분중심형과 정관중심형’, ‘임의가입제와 강제가입제’, ‘환권형과 배분형’ 등 다양한 이론에 의해 설명된다.

예컨대 정비사업을 처분중심형으로 보면 동의의 의미는 약화되고, 정관중심형이라 보면 사업을 이끄는 힘이 민사적 합의인 정관이므로 개인의 동의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임의가입제에서는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는 토지등소유자가 매도청구를 당하게 되므로 강제가입제보다 동의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배분형은 사업시행자가 조합원의 재산을 이전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마지막에 다시 배분해주지만, 환권형은 조합원 개개인의 구소유권이 사업의 마지막 시점까지 존속되고, 환권처분에 의해 새로운 소유권이 연속된다. 이처럼 사업의 구조와 방식이 다르면 동의의 내용이 달라진다.   

법원이 행정소송에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평가할 때 정비사업의 구조와 이를 설명하는 이론은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런 척도들이 섬세하게 발전되면 소송당사자들도 지금보다 판결의 결과에 더 잘 승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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